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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감상평, 줄거리, 연기력)

by 영화 관람객 2025. 7. 20.

영화 조커 포스터

 

 

2019년 개봉한 영화 조커는 단순한 슈퍼빌런의 탄생기를 넘어 사회적 소외, 정신질환, 빈부격차,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기존 코믹북 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거부하고 한 인간이 점차 무너져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아서 플렉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는 철저한 체중 감량과 감정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영화는 웃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서의 고통과 혼란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누군가가 어떻게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한 범죄 영화나 히어로물의 범주를 넘어 조커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사회 구조적 책임을 묻는 하나의 시대적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조커는 결코 조커를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우리는 그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아서는 정신병 환자였지만 동시에 사회복지 예산 삭감으로 약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이런 구조적 메시지를 얼마나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관객이 아서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하게 될 수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반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다양한 해석을 허용합니다. 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대사가 없더라도 영화 전체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비주얼과 음악, 편집 등의 연출 요소 또한 탁월합니다.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의 음악은 불안정하고 무거운 음색으로 아서의 내면을 대신 표현하며 카메라는 그의 눈높이를 따라가면서 관객을 인물에 밀착시킵니다. 고담시는 특정 도시가 아닌 모든 도시일 수 있으며 그 혼돈 속에서 조커는 고독한 해방자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는 구원자가 아닙니다. 그는 오직 자신만의 진실과 방식으로 움직이는 비극의 화신일 뿐입니다.

결국 조커는 관객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누구의 편에 섰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영화가 아니라 그 원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한 인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되고, 왜곡되고, 파괴되어 가는지를 목도합니다. 그리고 조커가 웃을 때 우리는 웃을 수 없습니다. 그 웃음은 슬픔이자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줄거리 - 파멸로 향하는 서사

영화는 고담시의 어두운 골목에서 시작됩니다. 아서 플렉은 일용직 광대이며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공공의료 시스템에서 약을 타먹고 상담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그의 삶은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아서는 웃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질병을 앓고 있는데 이 증상은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경멸을 유발하며 그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킵니다.

영화 초반부터 드러나는 아서의 삶은 말 그대로 하강 그 자체입니다. 동료 광대는 아서에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권총을 넘기고 회사는 그를 해고합니다. 그가 꿈꾸던 코미디 무대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그가 믿고 있던 어머니의 과거는 충격적인 진실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이웃 여성과의 관계마저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아서가 사회와 감정적으로 단절되는 계기가 되며 그가 조커로 변모하는 내적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아서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세 명의 백인 남성을 살해하면서 그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느끼고 그 영향력이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비로소 실현된다는 사실에 혼란과 희열을 동시에 느낍니다. 이후 그는 조커라는 페르소나를 받아들이며 정체성의 혼란에서 해방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해방은 광기와 파괴를 수반하며 개인의 비극은 곧 사회의 혼란으로 확장됩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

조커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단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체중을 23kg 감량하며 신체적으로도 철저히 준비했으며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그의 웃음은 장면마다 결이 다릅니다. 고통스러워서 웃는 웃음, 불안해서 나오는 웃음, 절망 속에서 터지는 비명 같은 웃음까지. 단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감정의 일종으로써 웃음을 연기한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불편함과 동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그가 계단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조커로의 완전한 변화, 정체성 수용, 사회에 대한 조롱과 해방을 상징합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조커는 단순한 코믹 캐릭터가 아닌 현대사회의 병리적 구조가 만든 산물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아서의 몸짓 하나하나, 골격이 드러난 쇄골,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 천천히 벌어지는 입꼬리는 모두 그의 내면 상태를 섬세하게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조커를 둘러싼 조연 배우들도 인상적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는 사회의 허위적 친절과 조롱을 상징합니다. 그는 아서에게 방송 출연이라는 기회를 주지만 결국 공개 망신의 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는 대중 매체의 이중성과 폭력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면이며 아서가 그를 총으로 쏘는 장면은 일종의 상징적 복수로 해석됩니다. 사회적 소외를 겪은 개인이 대중 매체를 통해 다시 상처받는 구조는 매우 현실적이며 관객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