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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줄거리, 추천하는 이유, 관람 포인트)

by 영화 관람객 2025. 7. 27.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2017년 9월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한 감독의 연출 아래 배우 나문희와 이제훈이 주연을 맡아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민원왕으로 불리는 할머니 옥분과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뜻밖의 영어 수업을 계기로 서로를 알아가며 잊혀가는 역사 속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 이 작품은 단순한 세대 간 우정을 넘어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그 용기 있는 목소리를 정중하고 섬세하게 다루며 관객의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하되 과장되지 않고 한 인물의 인간적인 삶을 중심에 두며 전개되는 이 영화는 한국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품격을 조명합니다. 웃음과 눈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한 힐링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기억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줄거리 - 영어가 말하고 싶었던 진심의 언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서울의 한 구청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수십 년간 수천 건의 민원을 제기하며 구청의 전설로 불리는 나옥분 할머니(나문희 분)는 매일같이 민원실을 들락날락하지만 민재(이제훈 분)라는 신임 공무원이 부임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민재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옥분 할머니의 끈질긴 성격에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유를 묻는 민재에게 옥분은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단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영어 수업을 간청합니다. 마지못해 시작된 두 사람의 수업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따뜻하게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과거와 마음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민재는 옥분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일본 정부가 주관하는 청문회에 참가하여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증언을 영어로 직접 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강제로 끌려가 전쟁의 참혹한 고통을 겪은 옥분은 이제 남은 삶을 걸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부 옥분은 마침내 청문회 자리에서 유창하지 않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합니다. 그 모습은 단지 개인의 치유를 넘어 역사를 바로잡고 후세에 진실을 전하려는 숭고한 용기로 그려집니다. 관객은 그 순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깊은 울림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영화는 결국 말하고자 하는 용기와 그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뜻하게 전합니다.

 

추천하는 이유 - 기억해야 할 이름들, 함께 들어야 할 이야기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하거나 잊고 지낸 누군가의 이야기를 당신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 교육이나 보도 자료를 통해 접한 적은 있어도 한 사람의 삶의 서사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바로 그 공백을 따뜻하게 채워줍니다. 특히 이 영화는 피해자의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활인으로서 이웃으로서 그려낸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습니다. 옥분은 동네 골목을 누비며 민원을 제기하고 이웃과 수다도 즐기며 시장에서 웃고 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고 그것을 이야기함으로써 세상과 연결되는 인물로 완성됩니다.

이 지점이야말로 영화가 가장 품격 있는 방식으로 역사를 다루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듣는 사람의 존재를 강조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용기를 내는 만큼 그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민재라는 캐릭터는 바로 그 역할을 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당신은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아이 캔 스피크는 한국 영화가 사회적 책임과 감동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위안부 문제라는 묵직한 주제를 품고 있지만 감정의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그 진정성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웃음과 눈물, 반성과 공감이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라는 대사처럼 그 기다림에 응답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관람 포인트 - 따뜻한 유머와 묵직한 메시지의 균형

아이 캔 스피크는 전체적인 영화 톤이 무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하는 메시지는 실로 묵직합니다. 초반에는 나문희 배우 특유의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통해 관객을 웃게 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진지한 서사로 이끌어가는 구조는 매우 탁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관람 포인트는 세대를 넘어서는 교감입니다. 주인공인 민재와 옥분은 나이 차가 50년 이상 나는 관계지만 서로의 언어와 삶을 배워가며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매우 따뜻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영어라는 소재를 통한 상징성입니다. 단순히 언어 학습의 과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용기 내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영어가 등장합니다. 이는 아이 캔 스피크라는 제목이 단지 언어 구사의 의미가 아니라 진실을 말할 권리와 말하고자 하는 용기에 관한 선언임을 암시합니다.

나문희 배우의 연기는 단연 백미입니다. 능청스럽고도 인간적인 연기로 관객을 웃기다가 청문회 장면에서는 단 한 줄의 대사로도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듭니다. 그 절절한 연기는 단순히 연기를 넘어선 진심으로 느껴질 정도이며 실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훈 배우 또한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캐릭터가 서서히 변화하고 옥분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내며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유지합니다.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영화 전반에 걸쳐 균형감을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이야기 속 인물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옥분의 과거 회상 장면, 청문회 장면 등은 실제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리얼하게 연출되어 관객에게 생생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과장 없이 그러나 강하게 각인시키는 데 기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