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2017년 첫 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네 편 중 세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둔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단순히 마동석이 악당을 주먹으로 때려잡는 영화라는 인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시리즈의 성공에는 몇 가지 뚜렷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실제 강력 범죄를 바탕으로 한 사건 전개, 권선징악 구조의 시원한 해결,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과 팀워크 그리고 시리즈화에 성공한 전략적 구조와 마케팅으로 범죄도시는 한국형 액션 장르의 교과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마석도라는 캐릭터가 대중의 정서적 지지와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이 시리즈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리즈의 흥행 요인, 시리즈화의 동력 그리고 관객이 어떤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면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통쾌한 정의 구현 - 범죄도시가 사랑받은 이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은 바로 명확한 정의 구현에 있습니다. 주인공 마석도 형사는 거침없는 힘과 빠른 판단력으로 복잡한 법의 절차를 뛰어넘어 범죄자를 응징합니다. 이러한 즉각적인 정의는 일상 속에서 느끼기 어려운 법적 한계와 느릿한 사법 시스템에 지친 관객에게 대리적 쾌감을 안겨줍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이 구조는 악당이 등장한다 → 마석도가 조사한다 → 화끈하게 끝낸다라는 일종의 공식으로 정형화되어 있는데 바로 이 단순성이 범죄도시 시리즈가 매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그 안에서 보이는 액션의 타격감, 악역의 연기력, 조연들의 유쾌한 조화 때문입니다.
시리즈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악역 캐릭터의 진화입니다. 1편의 장첸은 광기와 폭력성의 아이콘이었고, 2편의 강해상은 살의 가득한 사이코패스, 3편의 주성철은 지능형 범죄자, 4편의 백창기는 특수부대 출신의 전략형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마석도는 이들 각각의 위협에 맞서며 매번 새로운 방식의 액션을 선보이고 이는 시리즈의 변주와 신선함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또한 범죄도시는 웃음과 잔인함 코드로 불리는 독특한 톤 조절을 통해 무거운 범죄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웃기면서도 잔인한, 코믹하면서도 처절한 이중 톤은 관객의 긴장감을 풀어주며 영화의 리듬을 조율합니다. 마석도의 팀원인 장이수, 오동균, 김만재 등 개성 강한 조연들은 액션의 부담감을 덜고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실감입니다. 영화 속 사건은 대부분 실화를 기반으로 하며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점에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현실의 불합리함을 영화 속에서나마 해결해 주는 마석도의 존재는 오늘날 관객에게 일종의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시리즈화의 성공 - 콘텐츠가 아닌 브랜드의 탄생
범죄도시가 단편적인 액션 영화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히 계산된 기획력과 브랜드 전략이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는 제작자이자 주연인 마동석이 있습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1편의 성공 이후 팀고릴라라는 자체 창작 집단을 꾸려 프랜차이즈화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그 결과 2편부터는 마동석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석도 유니버스가 구성되었으며 8편까지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각 에피소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주인공은 그대로 유지하되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악역과 공간, 사건을 도입함으로써 관객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아는 맛이지만 매번 색다르게 조리되는 요리 같은 구조가 관객의 기대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관객들과의 밈적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실의 방으로 같은 유행어, 마석도의 주먹질, 장이수의 철없는 유머 등은 관객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패러디되고 유튜브나 SNS에서 소비되며 콘텐츠 그 이상의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범죄도시는 영화관 중심의 관람 환경을 타깃으로 한 전략을 유지하며, OTT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극장 중심 상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대부분 여름이나 비수기 시장에 개봉해 타 장르와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확실한 흥행을 거두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도시는 단순한 영화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그 브랜드는 관객에게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캐릭터가 살아 있고 팬덤이 존재하며 콘텐츠가 문화적 밈으로 재생산되는 구조는 한국 영화계에서도 흔치 않은 성공 모델입니다.
범죄도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관점
범죄도시를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션 영화 그 이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이 시리즈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대중의 심리를 대변하는 일종의 사회적 자화상으로 기능합니다. 현실 속에서는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해자는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범죄도시는 그러한 부조리를 통쾌하게 뒤집어 줍니다. 악은 처벌받고 약자는 보호되며, 강한 정의는 마석도의 주먹을 통해 구현됩니다. 관객은 이 구조 안에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상을 잠시나마 누리며 사회적 피로감을 해소합니다.
둘째, 범죄도시 시리즈는 사실상 스포츠 영화에 가깝게 관람될 수도 있습니다. 액션의 타격감, 악당과의 심리전, 경찰팀 내부의 조직력은 마치 격투 경기나 스포츠 팀의 플레이를 보는 듯한 감각을 제공합니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갖는 집중도 높은 환경에서 그 감정은 극대화되며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반복되는 유머 코드와 캐릭터의 개성에 주목하면 더욱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장이수(박지환)의 재등장과 활약, 마석도와 새로운 파트너 간의 케미스트리, 회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빌런의 등장 등은 시리즈 감상에 재미를 더합니다.
넷째, 각 편마다 등장하는 빌런은 단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장첸은 외국인 조직범죄, 강해상은 해외 마약 범죄, 주성철은 엘리트 범죄자, 백창기는 군·기술 기반의 신종 범죄자라는 상징성을 지닙니다. 이런 시선을 갖고 영화를 보면 단순한 액션 이상의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범죄도시는 주먹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판타지이지만, 그 안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단지 때려잡는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감정과 상징을 함께 읽는다면, 이 시리즈는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